안남식 교수의 강의는 짧고 간결하다. 여러가지 수험생활을 경험해본 바, 수험 강사의 최고 미덕은 공부할 양을 줄여 빨리 합격시켜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원 강사 중 일부는 수험생들에게 겁을 잔뜩 줘서 이것저것 공부할 양을 늘리게 하고, 자연스럽게 수험기간도 길어지도록 유도한다.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자신의 불필요한 학습코스들을 빠짐없이 수강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수강생들이 불합격 해도 이처럼 사전에 밑밥을 깔아놓은 덕에 면피 효과도 톡톡하다. 그나마 건축 쪽 학원가엔 그런 사람이 없는 듯 한데, 행정직 공무원 강사중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듯 했다. 반면 안남식 교수는 그런 얄팍한 상술과는 거리가 멀다. 역시 미국 유학파 교수 출신다운 고고함이 있다. 가끔 강의중에 얘기하는 공부방법론은 정론 ..
엄마와 얘기하던 중 거미집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청소를 하며 거미집을 빗자루로 쓸어내다 보니 그 거미들이 얼마나 허통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것이 거미들은 고심 끝에 먹이도 많고 안전해 보이는 아파트 복도 천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세심하게 그 집을 지었을 터다. 그런데 그런 치밀한 계획과 노력도 사람의 빗자루질이란 예상치 못한 재난을 만나면 물거품이 되고 심지어 생명까지 잃게 되지 않는가. 세상의 만물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런 면에서 거미의 삶과 인간사는 참 닮은 구석이 많다. 거미는 집을 짓는다. 집은 거미에겐 주거 뿐만 아니라 식량생산 수단이기도 해, 거미에게 집짓기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과업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거미들이 집을 정성껏 짓는듯 하다. 여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