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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식 교수의 강의는 짧고 간결하다.
여러가지 수험생활을 경험해본 바, 수험 강사의 최고 미덕은 공부할 양을 줄여 빨리 합격시켜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원 강사 중 일부는 수험생들에게 겁을 잔뜩 줘서 이것저것 공부할 양을 늘리게 하고, 자연스럽게 수험기간도 길어지도록 유도한다.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자신의 불필요한 학습코스들을 빠짐없이 수강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수강생들이 불합격 해도 이처럼 사전에 밑밥을 깔아놓은 덕에 면피 효과도 톡톡하다. 그나마 건축 쪽 학원가엔 그런 사람이 없는 듯 한데, 행정직 공무원 강사중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듯 했다.
반면 안남식 교수는 그런 얄팍한 상술과는 거리가 멀다. 역시 미국 유학파 교수 출신다운 고고함이 있다. 가끔 강의중에 얘기하는 공부방법론은 정론 중에 정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강의 매출에 해가 될 그런 류의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한다.
그의 강의는 철저히 짧다. 정해진 시간 속에 강의를 맞춘다. 강의자료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으로 담백하게 시험과 관계없는 것들을 제외한다.
물론 그에 대한 반작용이 있다. 듣는 족족 이해되는 그런 강의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들을 때는 정말 잘 이해되는 상세한 설명의 120강짜리 강의는 다 들을때쯤 앞부분이 생각 안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같은 시간에 60강짜리 강의를 두번 돌리면 어지간한 기출 정도는 풀어지게 마련이다. 반복해야 머리속에 새겨진다. 강사가 화술로 떠먹여주는 지식의 유통기한은 길지 않다.
이분 덕분에 늦은 나이지만 건축직 공무원 시험도 빨리 붙었다. 기사가 있으면 수당을 준다기에 기사 강의를 알아봤는데, 안남식 교수가 기사 강의도 하기에 주저 없이 수강했다.
공무원 구조와 계획도 단기간에 쇼부 봤는데, 기사 정도야 안남식씨와 함께라면 내년 첫 시험에 무난히 합격하지 않겠는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유롭게 공부하려 한다.